<p></p><br /><br />[앵커]<br> 짓다만 건물들이 수십 년 째 이렇게 거대한 흉가처럼 방치돼 있습니다.<br><br>이런 곳이 전국에 3백 곳이 넘는다는데, 대체 왜 치우질 못 하는 걸까요.<br> <br> 현장카메라, 김태영 기자가 알아봤습니다.<br><br>[기자]<br>경기도와 강원도를 연결하는 44번 국도입니다. <br> <br>저 뼈대만 있는 6층짜리 건물은 공사가 멈춘 상태인데요. <br> <br>전국에 저렇게 공사를 못 끝내고 방치된 건물이 꽤 있습니다. <br> <br>어떤 상태이고 왜 방치되는지 현장으로 가보겠습니다.<br> <br>울타리에 장기 방치 건물이라는 안내문이 붙었습니다. <br><br>절반도 짓지 못해 방치된 게 벌써 27년째입니다. <br> <br>서류상 사업주는 연락이 두절된 지 오래고, 건물은 안전 등급 최하위인 E등급까지 떨어져 사용할 수 없는 수준입니다. <br> <br>그런데 출입을 막는 쇠사슬은 땅속에 묻혀있고 타이어 자국이 선명합니다. <br> <br>누군가 들어간 흔적입니다. <br> <br>안으로 들어가 봤습니다. <br> <br>빨간색 십자가에 온갖 잡동사니가 가득합니다.<br><br>"건물 1층에 창고로 쓰는 가건물이 있고요. <br> <br>바로 옆에는 임시 부엌이 있습니다. <br> <br>근처에는 아궁이가 하나 있는데요. <br> <br>안을 보면 최근까지 불을 땐 듯 숯이 남아있습니다." <br><br>가스통까지 들여놔 안전사고 위험도 커 보입니다. <br> <br>[마을 주민] <br>"(주민 중 한 명이) 주말농장처럼 왔다 갔다 하면서 살아요. 농막처럼 쓰시는 것 같아요." <br><br>엄연한 불법이지만 양평군은 취재진이 알려준 뒤에야 이런 사실을 알았습니다. <br> <br>[양평군청 관계자]<br>"(1층에 누구 계신 것 같더라고요) <br>진짜요? 저 갔을 때는 뵌 적이 없는데." <br><br>북한강변에 서있는 건물. <br> <br>공사비 문제로 28년째 방치되면서 낙서와 쓰레기가 가득합니다. <br> <br>주민들에게 이 건물은 큰 골치 거립니다. <br> <br>밤마다 공포체험을 하겠다는 사람들이 몰려들면서 소란을 피웠기 때문입니다. <br> <br>[마을 주민] <br>"젊은 애들이 와서 술 먹고 밤에 막 소리 지르고 <br>그랬다고. (울타리) 넘어가서 그랬다고 하더라고." <br><br>2년 이상 공사가 중단돼 방치된 건축물은 전국에 320곳이 넘고 70% 이상은 방치된 지 10년이 넘었습니다. <br><br>조치가 시급하지만 권리관계가 복잡해 해법 찾기가 쉽지 않습니다. <br> <br>충남 계룡시에 있는 장기 방치 건물은 벌써 24년째 방치돼 있습니다. <br> <br>공사비 지급 문제를 놓고 20년 넘게 소송이 진행 중입니다. <br> <br>[공사업체 관계자] <br>"공사대금을 못 받아서 받으려고 (유치권을 행사)하는 겁니다. <br>시행사가 바뀌면 다시 소송을 해야 되고 바뀔 때마다." <br><br>방치된 건축물은 도시 미관을 해치고 안전사고나 범죄에 노출될 수 있는 만큼, 정비 계획에 따라 철거하거나 정비 사업을 하도록 돼 있습니다.<br><br>하지만 지자체도, 정부도 섣불리 손을 못 댑니다. <br> <br>사적 재산인 건물 처리에 세금을 들인다는 부담이 크고, 관련 예산은 후 순위로 밀리기 일쑤입니다. <br> <br>[지자체 관계자] <br>"막대한 비용이 들어가는 일이기 때문에 (정비) 기금에 대한 구체적인 상황이 조성되지 않아서요." <br> <br>도심 속 흉물이 돼버린 건물들. <br><br>모두의 외면 속에 안전 사각지대로 전락하고 있습니다. <br> <br>현장카메라 김태영입니다. <br><br>영상취재:박영래 <br>영상편집:박형기
